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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라

CHOI Heera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다. 의사도 별수 없는 눈치였고 아기는 인큐베이터 벽을 하도 차대서 발뒤꿈치가 벗겨졌다. 일주일 치 병원비로 아버지의 퇴직금 전부를 털어 넣은 후 부모는 퇴원을 결정했다. 무사히 돌을 넘긴 뒤로도 오랫동안 말을 못 했다. 일단 첫 단어를 내뱉고 나서는 이제야 말을 하기로 정한 것처럼 말문이 터졌고 발음이 정확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 쓴 단편소설 한 편이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교내 문학상에 선정된 적이 있다. 모교 교수이자 저명한 문학 평론가인 심사위원은 아직 소설이 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졸업 후 주로 공공 부문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문학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오다 어느 날 소설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후로는 정확한 문장을 쓰는 데 매일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장소, 건축, 여성성에 관심이 많으며 이쪽과 저쪽, 삶과 죽음, 성장과 퇴행의 경계에 서서 분투하는 인물에게 끌리는 편이다. 소설은 이야기를 써서 목소리를 남기는 일이라고 여기며 그 일에 책임을 느낀다. 각 장르에는 각각의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의 주제와 인물에 가장 어울리는 장르를 그때그때 골라서 쓰는 편이다. (소위 순문학도 일종의 장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무엇을 쓰는지 스스로도 잘 알 수 없는 채로 원래 계획보다 훨씬 긴 이야기로 소설을 마무리 지은 다음에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비로소 깨닫는 일이 많다. 하지만 왠지 아주 나중에 그제까지 쓴 이야기를 돌아보면 전부 사랑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어쩌면 도무지 양보할 수 없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라고.

Fiction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네오픽션, 2022(공저)

Non-Fiction

<나, 살아남았지-박지리론->  문학광장 문장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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