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책나눔위원회’가 전혜진 작가의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등 7종을 2022년 ‘1월의 추천도서’로 발표했습니다.
‘책나눔위원회‘는 ▲문학 ▲인문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실용일반 ▲그림책·동화 ▲청소년 등 7개 분야의 도서를 매달 추천사와 함께 소개합니다. 정수복 위원장(사회학자)을 비롯해 권복규(이화의대 교수), 류대성(작가), 조경란(소설가), 진태원(성공회대 교수), 최현미(문화일보 기자), 표정훈(평론가) 등 각계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책나눔위원회 자격으로 책을 선정합니다.
‘1월의 추천도서’는 『슬기로운 전기생활: 일반인을 위한 생활 속 전기공학 지침서』(조수환, 맨투맨사이언스, 2021), 『빛의 얼굴들』(조수민, 을유문화사, 2021), 『눈아이』(안녕달, 창비, 2021),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전혜진 글/다드래기 그림, 지상의책, 2021), 『기러기: 메리 올리버 시선집』(메리 올리버 저/민승남 역, 마음산책, 2021), 『음악의 언어: 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송은혜, 시간의흐름, 2021),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고통을 경쟁하는 지구적 기억 전쟁』(임지현, 휴머니스트, 2021) 등 총 7종입니다.
추천사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
전혜진 글/다드래기 그림, 지상의책, 2021.
380쪽, 16,500원
아름다운 저녁놀을 바라보며 태양과 지구의 거리가 궁금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발 딛고 선 지구의 크기가 궁금했고,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변화를 관찰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류는 꿈을 현실로 바꿔왔다. 이 과정에서 수학은 인간의 논리적 사유와 합리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대 철학자들에게 수학은 생각의 도구였으며 사물과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 시스템의 바탕을 이루는 도구 역시 수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는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왜 우리에게 수학은 어렵고 딱딱하며 지겨운 계산 문제라는 이미지로 떠오를까.
우리가 수학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를 찾는 편이 더 빠를 것 같은 현실에서 전혜진은 ‘우리가 수학을 사랑한 이유’를 찾는다. 수학과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이 책을 특별하게 하는 이유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에 대한 도전 때문이다. 대략 10여 년 전부터 여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남학생들과 차이가 없어졌다. 오히려 여학생이 우세하다는 통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여성 수학자를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피타고라스 학파를 이끈 테아노, 질병과 싸운 전장의 통계학자 나이팅게일, 한국 최초의 여성 수학박사 홍임식, 소프트웨어 공학의 선구자 마거릿 해밀턴 등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여성 수학자이다.
최근에도 수능 문제 오류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고 그 시비는 법원이 가렸다. 교육과정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올해부터 문, 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시행됐으나 여전히 객관식 시험으로 정답을 찾기 위해 청소년들은 오늘도 문제 풀이에 여념이 없다. 사람과 세상, 자연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레 전공과 직업으로 연결할 수는 없을까. 스물아홉 명의 여성 수학자는 역사의 장면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편견과 차별을 넘어 주체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은 청소년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 류대성, 『읽기의 미래』 저자